“밤만 되면 말똥해지는 정신”
양을 백 마리 넘게 세어도 잠은 오지 않고, 결국 휴대폰을 켜 이것저것 보다 밤을 지새우게 됩니다. 다음 날은 머리가 멍하고, 커피나 달달한 음식이 당기며, 몸도 마음도 느려진 느낌. 이런 수면 장애, 정말 괜찮을까요?
1. 멜라토닌은 무엇인가요?

멜라토닌(Melatonin)은 우리 뇌 속 송과선(pineal gland)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증가하여 졸음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호르몬의 분비는 빛에 매우 민감하여, 특히 청색광(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게 됩니다.
멜라토닌의 주요 기능
- 수면 유도: 생체 리듬 조절, 잠에 대한 압력 증가
- 항산화 작용: 활성산소로부터 뇌세포 보호
- 면역 조절: 염증 반응 완화, 자가면역 질환 억제 가능성
- 호르몬 균형 조절: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및 생식 호르몬과 상호작용
- 항암 가능성: 유방암, 전립선암 등 일부 암세포 억제 연구 보고
멜라토닌의 생성 과정
멜라토닌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만들어집니다.
- 트립토판 → 세로토닌 → 멜라토닌
가장 처음에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필요합니다. 이 트립토판은 먼저 기분 조절 호르몬인 세로토닌으로 전환되고, 이후 밤이 되면 뇌 속 송과선(pineal gland)에서 멜라토닌으로 바뀌게 됩니다.
멜라토닌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
- 트립토판: 멜라토닌의 출발점이 되는 아미노산. 바나나, 견과류, 두부, 유제품 등에 풍부합니다.
- 비타민 B6: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는 데 필요한 조효소 역할을 합니다. 연어, 바나나, 병아리콩 등에 많이 들어 있어요.
- 마그네슘: 신경 전달과 호르몬 합성 과정에서 필수적인 미네랄로, 견과류나 통곡물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멜라토닌의 생성이 원활하지 않아, 수면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햇볕을 쬐는 시간도 관건!
재미있는 점은, 멜라토닌이 밤에 분비되는 호르몬이지만, 그 준비는 낮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낮 시간 동안 충분히 자연광(햇볕)에 노출되어야 우리 뇌는 ‘지금은 낮이다’라는 신호를 받고 세로토닌을 잘 만들어냅니다. 그래야 이 세로토닌이 밤에 멜라토닌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죠.
즉, 낮에 햇빛을 많이 받고, 밤에는 어둠을 잘 유지하는 것, 이것이 멜라토닌 생성을 위한 가장 자연스러운 루틴입니다.
2. 멜라토닌, 수면, 그리고 뇌 건강
졸음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뇌 속 송과선(pineal gland)에서 멜라토닌 분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 멜라토닌은 체온을 낮추고 뇌파 활동을 변화시켜, 졸음을 유도하고 생체 리듬을 밤의 모드로 전환합니다.
즉, 멜라토닌은 수면 자체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이제 자야 할 시간’임을 몸에 알리는 신호등 역할을 합니다. 이 신호를 받은 몸은 점차 이완되고, 수면 상태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죠. - 하지만 멜라토닌 분비는 나이가 들수록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노년층은 멜라토닌 분비량이 청년기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수면의 질 저하나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면의 질과 멜라토닌
- 수면 잠복기(Slee Latency)의 단축
멜라토닌 수치가 안정적으로 분비되면, 우리는 더 빠르게 잠들 수 있습니다. - 깊은 수면(Non-REM 수면)을 유도하고 유지
깊은 수면은 뇌와 몸이 회복되는 핵심 시간으로, 이때 신경세포의 재생과 면역 체계 조절, 뇌 노폐물 제거가 활발히 일어납니다.
뇌 건강과 멜라토닌
- 멜라토닌 분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뇌는 충분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이는 점차 기억력 저하, 집중력 감소,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장기적으로는 치매 발병 위험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죠.
3. 빛, 블루라이트, 그리고 당신의 밤
아침 햇빛과 멜라토닌의 관계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분비되지만, 그 리듬의 시작은 아침 햇빛에서 시작됩니다.
햇빛이 생체 시계를 리셋하는 방식
- 아침에 눈을 뜨면, 망막의 ipRGC라는 광수용세포가 햇빛(청색광)을 감지합니다.
- 이 신호는 시교차상핵(SCN)으로 전달되어 “낮이 시작되었음”을 뇌에 알립니다.
- 그 결과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해 하루의 활동을 준비하게 됩니다.
- 이후 약 14~16시간 후, 다시 멜라토닌이 분비되며 잠들 준비가 시작됩니다.
👉 아침 햇빛을 받지 못하면 이 타이밍이 엉키고, 생체 리듬도 점점 늦춰지게 됩니다.
블루라이트가 수면을 방해하는 이유

현대인의 밤은 더 이상 어둡지 않습니다. TV 화면, 스마트폰, 태블릿, 형광등과 LED 조명으로 밤도 낮처럼 환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문제는 이 인공조명, 특히 블루라이트(청색광)가 수면을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 블루라이트는 자연광 중에서도 특히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한 빛으로, 낮 동안 햇볕에도 풍부하게 포함돼 있습니다. 낮에 이 빛을 쬐는 것은 생체 리듬을 깨우는 데 유익하지만, 밤에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면 상황은 정반대가 됩니다.
- 스마트폰, TV, 형광등, LED 스탠드 등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뇌에 ‘지금은 낮이다’라는 착각을 일으키며,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잠이 안 오거나 자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면의 질도 낮아질 수 있죠.
멜라토닌에 대한 궁금증
🔍 어두운 데서 생활하면 계속 졸릴까?
완전히 어두운 환경, 예를 들어 빛이 전혀 없는 동굴 속에서 생활한다면, 우리의 생체 시계는 어떻게 될까요?
- 실제로 동굴 실험 등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완전한 암흑 상태에서 인간의 생체 주기는 약 24.2~25시간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빛이 없이 우리의 몸이 스스로 리듬을 조절하게 되면, 매일 약 10~60분씩 생체 시간이 뒤로 밀리게 되는 것입니다. - 하지만 매일 아침 햇빛을 받으면 생체 주기가 늘어나지 않고 ‘재설정(reset)’이 됩니다.
-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면 어느 정도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생체 시계는 빛의 도움이 없이는 점점 흐트러지기 마련입니다.
🔍 밝은 데서도 밤에 잘 자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체질적 또는 습관적 요인에 따라 개인차가 있습니다:
- 유전적 특성: 멜라토닌 회복이 빠르고, 청색광에 대한 민감도가 낮음
- 습관적 반응: 규칙적인 수면 습관 덕분에 자동적으로 리듬을 유지함
- 낮은 뇌 각성도: 자극에 덜 반응하는 뇌 구조로 인해 수면 방해가 적음
- 수면압 높은 경우: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있어 빛 자극의 영향을 덜 받음
※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깊은 수면 단계가 감소하고, 수면의 질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4. 건강한 수면을 위한 생활 습관
멜라토닌 분비를 돕는 루틴
아침 햇볕을 충분히 쬐기
눈을 뜨고 30분 이내에 햇빛을 쬐면 뇌는 ‘지금이 하루의 시작’이라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생체 리듬이 안정됩니다. 이 햇빛 노출은 멜라토닌 분비를 멈추게 해 낮 동안의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멜라토닌 분비는 패턴이 일정할수록 예측 가능하게 작동합니다. 주말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월요일 아침이 괴로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낮 동안 몸을 활발히 움직이기
낮에 신체 활동량이 많을수록 밤에는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해지고, 자연스럽게 졸음이 오게 됩니다. 산책, 가벼운 운동, 외출은 모두 도움이 됩니다.
디지털 디톡스 하기
밤에는 조명을 어둡게 하고 스마트폰은 멀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간접 조명이나 주황색 계열의 조명으로 조도를 낮추고, 취침 1~2시간 전에는 디지털 기기를 쉬게 해 보세요.
- 취침 1~2시간 전 스마트폰과 TV 끄기
-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사용
- 스마트폰의 야간 모드 또는 다크모드 설정
- 간접 조명 활용해 조도 낮추기
멜라토닌 보충하기
멜라토닌이 부족하거나 수면 리듬이 무너졌을 때는 음식이나 보충제를 통해 멜라토닌을 보충해 볼 수 있습니다.
🍒 체리
- 천연 멜라토닌이 가장 풍부하게 함유된 식품 중 하나입니다.
- 특히 타트 체리(tart cherry)에는 멜라토닌 함량이 높아, 실제로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체리 주스나 말린 체리도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바나나
- 직접적으로 멜라토닌이 많이 들어 있진 않지만, 트립토판과 비타민 B6가 풍부합니다.
- 이 두 성분은 멜라토닌 합성의 전구체(재료) 역할을 하므로, 간접적으로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됩니다.
🌾 귀리 (오트밀)
- 소량의 멜라토닌을 포함하고 있으며, 동시에 트립토판, 마그네슘, 복합 탄수화물이 풍부하여
뇌가 트립토판을 더 잘 활용하도록 도와줍니다. - 따뜻한 오트밀은 취침 전 간식으로 추천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 견과류 (특히 호두, 아몬드)
- 호두에는 소량의 천연 멜라토닌이 들어 있으며,
- 아몬드는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해 신경 이완과 수면 유도에 도움을 줍니다.
- 간단한 취침 전 간식으로 적합합니다.
“빛이 꺼질 때 비로소 몸은 진정한 휴식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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