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엔 누구보다 성심껏 돌보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과 마음이 지치기 마련이라는 뜻이지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의 진행에 따라 환자의 인지 능력과 신체 기능은 점차 저하되고, 치매 중기 이후에는 식사, 세면, 대소변 처리 등 기본적인 일상조차 도움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 많아집니다. 특히 배뇨·배변 문제는 돌보는 가족에게 정서적·신체적 부담을 크게 주는 부분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치매 환자의 배뇨·배변 문제에 대한 원인, 단계별 변화, 대처 전략, 감정적 지원까지 전반적으로 다뤄봅니다.
1. 치매 환자의 대소변 실수 원인
대소변 실금과 치매
요실금 이란?
요실금은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증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 웃거나 기침할 때 소변이 찔끔 나오는 경우
- 화장실에 가기 전에 참지 못하고 새는 경우
- 소변을 보려는 의식이 없는데도 속옷이 젖어 있는 경우
이런 현상들이 모두 요실금에 해당합니다.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소변이 마려운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화장실을 가는 방법을 잊어버려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변실금 이란?
변실금은 대변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닌데, 무의식 중에 조금씩 묻어나거나 새는 증상입니다.
- 대변을 참지 못해 실수하는 경우
- 대변이 나왔는데도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치매가 진행되면 배변 욕구를 느끼는 감각이 약해지거나, 관련된 행동(예: 화장실 찾기, 바지 내리기 등)을 잊어버리게 되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요 원인
- 인지 기능 저하: 화장실 위치나 사용법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혼동
- 방광 및 장의 신경 손상: 방광과 직장 기능 조절이 어려워 배뇨·배변 신호를 느끼지 못하거나, 신호 전달이 늦음
- 시간 개념 상실: 낮과 밤, 시간 개념이 사라져 화장실 타이밍을 놓침
- 운동 기능 저하: 변기에 앉거나 바지를 내리는 등 행동이 늦어 실수 발생
- 우울증 및 약물 부작용: 항우울제, 항콜린제, 이뇨제 등 일부 약물은 실금 가능성을 높임
실금 증상과 관련된 특정 뇌 부위의 손상
두 증상 모두 환자의 뇌 기능 저하, 특히 전두엽, 두정엽, 뇌간과 같은 부위의 손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 전두엽: 상황 판단, 행동 조절 → 화장실 가야 할 타이밍을 인식
- 대상피질 및 해마: 기억과 감정 → 대소변 실수를 했다는 사실 인지
- 뇌간: 배뇨·배변 신호 전달 → 방광/직장의 상태를 뇌에 전달
이러한 원인들은 단독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환자의 실금 증상을 유발합니다.
2. 치매 진행 단계별 대소변 인지 능력 변화
치매 환자의 대소변 문제는 주로 중기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초기 단계에서도 일부 증상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특히 뇌 기능이 손상된 부위에 따라 실금 증상은 조기에 발현되기도 하며, 다른 질환과의 중복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치매 단계별 변화 요약
치매 단계 | 인지 기능 | 대소변 관련 변화 |
초기 (경도인지장애) | 경미한 기억력 저하 | 화장실 위치 헷갈림, 밤중 실수 |
중기 | 일상생활 도움 필요 | 옷을 내리지 않거나 지연 배변 |
중~후기 | 판단력 저하 | 기저귀 착용에도 실금, 인지 어려움 |
말기 | 완전 의존 | 대소변을 만지기, 이상행동 동반 |
관련 질환으로 인한 실금
치매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의학적 요인들이 실금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관련 질환 | 영향 |
전립선 비대증 | 요실금, 배뇨 지연 |
당뇨병 | 신경 손상 → 요의 감소 |
파킨슨병 | 운동 장애로 화장실 이용 어려움 |
만성 변비 | 잔변감과 실금 혼재 가능 |
치매와 병발되는 질환들을 함께 점검함으로써 더 정확한 원인 파악과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3. 치매 환자의 대소변 문제, 이렇게 대처하세요
환경 바꾸기
화장실 팻말 사용
치매 환자는 공간에 대한 인지가 떨어지고, 기억력이 흐릿해 화장실 위치조차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이를 돕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장실로 가는 경로를 분명하게 시각화하는 것입니다. 문 앞에 ‘화장실’이라는 큰 글씨를 붙이거나 화살표 스티커를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야간 간접 조명 사용
야간에는 간접 조명을 켜 두어, 어두운 공간에서도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특히 고령자는 시야가 어둡고 균형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도 조절은 안전과도 직결됩니다.
입고 벗기 편리한 옷 고르기
의복 또한 중요합니다. 단추나 벨트처럼 조작이 복잡한 옷은 실수를 유발하기 쉽기 때문에, 벗기 쉽고 신축성이 좋은 바지나 똑딱이 내의가 적합합니다. 이는 환자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작은 배려입니다.
습관 들이기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 가기
식사 후, 기상 직후, 취침 전 등 정해진 시간에 주기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기 기억이 약화된 환자에게도 신체 리듬이 먼저 학습되도록 돕는 훈련이 됩니다.
배뇨 일지 작성하기
배뇨 일지를 작성하면 실수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적절한 시간 간격으로 유도할 수 있어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도움 되는 운동하기
케겔 운동과 같은 골반저근 강화 운동은 요실금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가족이 함께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운동을 생활화할 수 있다면, 환자의 수용도도 높아지고 심리적 거리도 줄어들게 됩니다.
적절한 패드 사용하기
낮 시간 및 활동 시
낮 시간대에는 흡수력이 높고 착용감이 좋은 패드를 사용하고, 외출 시에는 방수 기능이 있는 기저귀 커버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기저귀’라는 용어 대신 ‘속옷’이나 ‘보호 패드’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환자의 수치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밤 시간 및 취침 시
밤에는 흡수력이 강화된 제품을 사용하고, 침대에는 방수 시트를 깔아 침구 오염을 방지해야 합니다. 실금으로 인해 피부염이 생기기 쉬우므로, 기저귀 착용 시 전용 피부 보호 크림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위생관리 및 이상행동 대처
실수 이후의 위생 관리는 감염 예방뿐 아니라 환자의 정서적 안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치매가 심화되면 대소변을 만지거나 드물게 입으로 가져가려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감각의 왜곡과 판단력 저하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이럴 때는 감정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라 차분히 대처해야 합니다.
❗먼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한 뒤 조용히 배설물을 닦아내고
⇨ 따뜻한 물수건이나 전용 티슈로 피부를 부드럽게 정리합니다.
⇨ 이후 자극이 적은 방향제를 활용해 냄새를 줄이고
⇨ 환자가 부담 없이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놀이처럼 손 씻기 활동을 유도합니다.
만약 환자가 손을 계속 움직이거나 무언가를 잡으려는 행동이 있다면, 부드러운 장난감이나 손잡이 쿠션 등을 쥐게 하여 주의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감각 분산법’이 효과적입니다.
4. 치매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음가짐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서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치매 환자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불편함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돌보는 가족 또한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지?’라는 답답함과 분노, 피로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감정적 반응이 아닌,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입니다.

존중하는 태도와 말투 사용하기
- 환자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님을 인지: "왜 이렇게 했어요?" → "괜찮아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요."
- 실수 후에도 화내지 않고 차분히 처리: "또 옷에 묻혔네요!" → "이제 기분 나쁘셨겠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 부드럽고 존중어 사용: "괜찮아요, 금방 씻으면 돼요"
🧠 대소변 실금은 치매 환자가 의도적으로 하는 실수가 아니라 뇌 손상으로 인한 것임을 잊지 마세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가능한 한 환자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돌봄 태도가 중요합니다.
- 환자가 직접 바지를 내리거나, 손 씻기를 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되, 주도권은 환자에게 넘기는 것이 좋습니다.
-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지금 화장실 갈까요, 아니면 10분 후에 갈까요?”
이렇게 물어보면, 환자는 단순히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 선택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자존감 회복에 큰 영향을 줍니다.
5. 가족 돌봄 자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
가족 돌봄자는 환자의 안정과 직결된 존재입니다. 하지만 무리하거나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번아웃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돌봄 전략
- 주 1회라도 단시간 외부 도움 요청(방문 요양보호사 등)
- 환자의 돌발 행동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 자기만의 루틴 유지
- 온라인 치매 가족 모임참여로 정보 공유 및 위로 얻기
활용 가능한 서비스
- 재가요양 서비스
- 방문간호
- 요양보호사 지원
- 배뇨·배변 관리 교육 프로그램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돌봄’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입니다. 혼자 무리하게 감당하지 말, 주변의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One step at a time. That’s how we move through hard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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