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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틈, 기억의 틈3

후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어버이날이었다.어차피 시들 꽃이니까, 그냥 예쁘고 최대한 싼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다*소에 들렸다.전날까지도 카네이션으로 꽉 찼던 매장이 막상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안타까운 마음으로 길가에서 파는 카네이션 바구니를 사서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을 향해 걸었다.저렴한데 꽃이 싱싱하고 커서 만족하며 걸어갔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며칠 전 엄마께는 예쁘게 꾸며놓은 비싼 카네이션 바구니를 드렸기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에게 자주 찾아가지 못했다.할머니가 보고 싶었지만 '나중에'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아직 시간이 많을 거라는 합리화로 미뤄왔던 것 같다. 할머니가 잘 보도록 침대 옆 선반에 카네이션을.. 2025. 6. 10.
끝없이 생각이 펼쳐지는 나 무언가를 시작할까 고민할 때내 머릿속 생각은 그 짧은 순간에도 끝을 향해 전개된다. 시작할 때는 어떨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어려움과 수고를 거쳐야 할지,그로 인한 변화와 감정들까지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펼쳐져버린다.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그 선택이 만들어낼 모든 장면을 미리 다 살아내고 있는 기분이다.그래서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다.그래서 자주 멈춘다. 때로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아직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실패한 것처럼 숨이 막힐 때가 있다.한 가지 문제에 수십 갈래의 생각들이 이어지고,그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이미 불안해져 있고, 지쳐 있다.“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걸까?” 느림보 답답이 vs. 신중함어떤 사람들은 신중한 거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2025. 6. 7.
감정을 잃어버린 줄 알았다 며칠 전, 산길을 걷다가 비로 불어난 계곡물을 만났다.오랜만에 듣는 물소리가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 같았다.걸음을 멈추고 계곡 옆에 큰 바위 위에 앉았다.눈을 감고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햇볕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한 날이었다.오랜만에 느끼는 "생명"의 소리였다.살아있다는 것, 슬프고 기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감각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너무 아파서 힘든 것은 싫고, 슬플 때마다 우는 것에 지쳐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애쓰고,늘 행복하기만을 바랬고, 슬픔이나 고통 같은 감정은 외면하려 했던 것 같다.언제부터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마음의 감각이 점점 무뎌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워낙 들쭉날쭉한 감정에 지쳐있어서 그런지, 무뎌지는 감정이 나쁘지만은 않았다.매일 기분이 나쁜 ..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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