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틈, 기억의 틈

감정을 잃어버린 줄 알았다

by whisperlight 2025. 6. 6.
반응형

 

 

며칠 전, 산길을 걷다가 비로 불어난 계곡물을 만났다.

오랜만에 듣는 물소리가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 같았다.

걸음을 멈추고 계곡 옆에 큰 바위 위에 앉았다.

눈을 감고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햇볕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생명"의 소리였다.

살아있다는 것, 슬프고 기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감각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너무 아파서 힘든 것은 싫고, 슬플 때마다 우는 것에 지쳐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애쓰고,
늘 행복하기만을 바랬고, 슬픔이나 고통 같은 감정은 외면하려 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마음의 감각이 점점 무뎌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워낙 들쭉날쭉한 감정에 지쳐있어서 그런지, 무뎌지는 감정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매일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지만, 딱히 좋은 것도 아닌 하루하루.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도, 다른 사람의 감정도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가슴으로는 잘 와닿지 않았다.

 

한참을 물소리에 묻혀있으니, 가슴 한 구석이 촉촉이 젖어오는 것 같았다.

마치 내 마음도 물길을 따라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듯했다.

 

📌 무감각증, 마음이 고장난 걸까?
감정이 무뎌질 때, 뇌는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는 걸까?

👉 감정이 무뎌질 때,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카테고리: 궁금증, 뇌에 묻다)

 

반응형

'마음의 틈, 기억의 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  (0) 2025.06.10
끝없이 생각이 펼쳐지는 나  (0)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