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증, 나만 그런 걸까?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기분이 좋았고,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면 에너지가 샘솟았다. 그런데 요즘은 뭔가 다르다. 기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다. 그럭저럭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그런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뇌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
우리 뇌는 때때로 감정을 '의도적으로 무뎌지는 선택'을 한다
감정 피로 → 뇌의 차단 작동
계속된 스트레스, 불안, 실망 같은 감정이 반복되면, 뇌는 그 자극에 과부하를 느낀다.
이럴 때 뇌는 ‘감정 볼륨을 줄이는 방식’으로 나를 보호하려 한다.
👉🏼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감정 회로에 방음벽이 생긴 것처럼 느껴진다.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기쁨과 활력을 조절하는 물질이 줄어들면, 예전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40대 이후엔 호르몬 변화도 이런 뇌 화학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감정을 줄이는 것은 뇌의 ‘방어기제’
과거의 상처나 반복된 무력감, 외상 같은 경험이 누적되면, 뇌는 감정을 차단해서라도 나를 보호하려고 한다.
👉🏼 이러한 현상을 정서적 마비(emotional numbing)라고 부른다.
뇌가 쉬어야 한다는 무언의 신호일 수 있다
무기력이나 무감각이 일시적이라면, 그건 뇌가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감정을 처리하다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진 것일 수도 있다.
무감각도 감정일까?
무감각도 감정으로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감정의 부재를 느끼는 감정 상태이기 때문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그 자체가 ‘정서적 반응’의 한 형태이다.
예를 들어,
- “아무 느낌이 없어.” → 이 말엔 사실상 허무, 탈진, 피로 같은 감정이 숨어 있다.
-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표정한 얼굴"도 뇌는 감정 반응 중일 수 있다. 단지 표현하지 않을 뿐.
🧠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정서적 무감각(emotional numbnes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슬픔, 두려움, 고통 같은 감정에서 벗어나려 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방어 반응이라고 본다.
무감각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이 ‘막혀 있는 상태’ 일뿐이다. 그 막힌 감정 속에는 오히려 더 많은 사연과 내면의 소리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감정이 무뎌진 나,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다.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감정의 소리를 줄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되새기자. - ‘아무 감정이 없다’는 말 속에도 사실은 탈진, 외로움, 무력감 같은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쉬고 있는 것일 수 있다. - 나 자신을 ‘왜 이러지?’라며 다그치기보다는, “지금은 그런 시기일 뿐” 이라고 인정하자.
나를 기다려주자
- 억지로 기쁜 감정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 감정을 깨우기보다, 감정이 ‘머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 자연 속 걷기, 따뜻한 물 마시기, 글쓰기, 느린 음악 듣기 등의 자극이 적은 활동으로 뇌에 쉼을 주자.
- 감정을 드러내도록 강요하지 않는 사람과 소통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아기 새가 홀로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야 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자신을 기다리고 바라봐주는 시간을 허락하자.
'궁금증, 뇌에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는 왜 그렇게 오래 남을까? (0) | 2025.06.10 |
---|---|
생각이 많은 사람의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0) | 2025.06.07 |